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티스토리 뷰

야전에서 기동 중인 K9 자주포
야전에서 포신을 들어올린  K9 자주포

 


개발의 역사

K9 155㎜ 자주포는 1990년대에 국방과학연구소(ADD, 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를 비롯한 100여 산·학·연이 참여해 혼신을 다해 개발한 대표적 국산 무기체계다. 세계적으로 K9 자주포와 유사한 성능을 가진 155㎜ 자주포 몇 종이 나와 있고 부분적으로 우월한 성능을 지닌 것도 있어 ‘세계 최고’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운용성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면에서 K9보다 확실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자주포는 아직까지 없다.

 

 

한국군은 1970년대에 들어와서야 ‘자주국방’을 목표로 무기체계 연구개발의 산실이 될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각종 무기체계의 국산화에 돌입했다. 소총 등 기본화기를 긴급히 획득하려는 ‘번개사업’이 그 시초가 된다.

 

화포의 경우 미군의 M101A2 105mm 곡사포 등을 모방 개발하면서 개발 역량을 쌓은 후 1978년에 105mm 견인곡사포 KH-178을, 1979년에 155mm 견인곡사포 KH-179를 개발하기 시작해 성공적으로 전력화했다. 이어 한국군은 미군의 M109A2 155mm 자주포를 국내 면허생산한 K55 자주포를 작전배치하는 등 화력 증강에 박차를 가했다.

 

 

한편 이 시기에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사거리 40km급 증대, 명중도 향상, 높은 발사속도, 기동성과 생존성 향상, 포탄 효력 증대, 사격통제의 자동화 등 6개 요소에 중점을 두고 화포 성능의 혁신적 향상을 꾀하고 있었다. 한국군 포병에서도 이와 같은 첨단 성능의 화포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K55의 배치가 막 시작된 시점에서 그와 같은 전혀 새로운 자주포를 요구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국방과학연구소가 견인곡사포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보다 성능이 한층 뛰어난 화포 개발을 위해, 1980년대 초 ‘발사속도 향상’과 ‘화포 자동화’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후 1989년에 ‘신형 155mm 자주포 개념 형성 연구’라는 새로운 자주포 연구를 시작했다. 이것이 세계적인 신형 자주포 개발 추세에 부응하는 K9 자주포 연구개발의 출발점이 된다.

 

연구개발 종료 시점에 촬영된 K9의 대표 사진이다. <출처: 국방과학연구소>
연구개발 종료 시점에 촬영된 K9의 대표 사진이다. <출처: 국방과학연구소>

 

K9 개발 사업은 1989년부터 3년간 개념연구를 거쳐 1992년 탐색개발(Exploratory Development)를 시작해 연구개발의 본궤도에 올랐으나 그해 M109A6 자주포를 생산하는 BMY 사(현재 UDLP)가 공동 개발 제안을 해오면서 진행이 잠시 주춤했다. 또 체계개발(Full Scale Development) 단계에 들어가기 직전에 합참의 체계개발동의서 작성 지시가 지연되는 등 사업 진행상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자동포탄이송 시스템과 탄약의 항력감소장치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외국 협력사의 기술료 인상 요구로 인해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기술적 면에서 K9 연구진은 유기압 현수장치(HSU, Hydropneumatic Suspension Unit)의 설계를 다섯 번이나 변경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부딪힌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야 했다. 또 자동포탄이송 시스템과 탄약의 항력감소장치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외국 협력사의 기술료 인상 요구로 인해 곤경에 처한 적도 있었다. 게다가 시험평가 중 시제 제작사인 삼성테크윈(현 한화지상방산)의 테스트 기사가 시험사격을 하다가 화재로 순직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K9A1 자주포 이미지
K9A1 자주포 이미지

 

1998년 10월 12일, 합참은 K9의 시제를 대상으로 한 시험평가 결과를 토대로 ‘전투사용가(可)’ 판정을 내렸다. 이는 연구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뜻했다. 이듬해인 1999년은 연평해전에서 패배한 북한이 천 배 만 배의 보복을 공언하며 남북 간 위기를 고조시키던 시기였다. 군은 이때 육군이 획득·배치하려던 K9 자주포를 해군(해병대)으로 전환 배치했다. 그 결과,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K9은 아군을 향해 도발해온 북한의 포진지를 타격해, 대적 대응전력으로서 그 위력과 위상을 확인시켜주었다.

 


특징

K9은 2000년대 전장이 요구하는 조건인 화력과 기동력, 생존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전투중량 47톤에 포신을 포함한 길이가 12m에 달한다. 최대 1,000마력의 힘은 우수한 주행 가속성, 용이한 방향 전환을 가능케 해준다.

 

일반적으로 사격 절차를 수동으로 진행하는 화포는 초탄 발사에 2∼11분의 시간이 소요되고 최대발사속도도 분당 4발 이상은 곤란하다. 화포 자동화를 이룬 K9는 초탄 발사가 30초 이내에 이뤄진다. 나아가 15초 동안 3발을 쏠 수 있는 '급속사격(burst fire)‘이 가능하여 최대 분당 6발을 발사하는 등 대량으로 화력을 투발할 수 있다.

 

이후 신속히 진지를 이동해 다음 사격을 준비하는 ‘사격 후 신속한 진지변환(shoot & scoot)’ 작전도 가능하다. 기동성과 함께 자동화된 사격통제장비, 자동화된 포탄이송장전장비를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또 국내에서 개발한 고(高)강도강(鋼)으로 차체를 장갑화하여 적의 화기와 포탄 파편으로부터 전투요원을 보호할 수 있다.

 

 

K9의 가장 큰 특징은 최대사거리가 40km라는 점이다. 구경 155mm, 52구경장으로 길이 8m에 달하는 포신이 쏘아대는 포탄이 무려 40km나 날아가는 것이다. 이때까지 사거리연장탄이라고 하면, 대체로 로켓 노즐을 갖추고 그 안에서 추진제를 태워 사거리를 늘리는 로켓보조추진탄(RAP, Rocket Asistance Propelled)을 일컬어왔다.

 

하지만 K9은 항력감소장치(BB, Base Bleed)를 부착한 탄, 즉 탄이 비행할 때 탄체 밑부분에 생기는 공기저항을 항력감소추진제 연소를 통해 감소시켜 비행거리를 증가시키는 항력감소 고폭탄(HEBB)탄을 개발한 덕분에 ‘최대사거리 40km’를 실현할 수 있었다. 현재 50km 이상 쏘아 보낼 수 있는 새로운 사거리연장탄이 개발되어 실용화가 기대되고 있다.

 

K9 탄종별 사거리 &lt;출처: 한화지상방산&gt;
K9 탄종별 사거리 <출처: 한화지상방산>

 

'동시탄착'으로 번역되는 TOT(Time on Target)는 본래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여러 대의 화포가 하나의 표적 지역에 포탄이 동시에 떨어지도록 사격하는 방법이다. K9은 1대가 단독으로 3발의 포탄을 연속 발사해 하나의 표적에 동시탄착(TOT)시킬 수 있다. 이는 포의 고각을 변화시키며 순차적으로 포탄을 발사해 표적 지역에 포탄이 동시에 떨어지도록 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사거리 25km 지점에 사격을 할 경우, 1차 초탄을 사격한 후, 68초 후에 2차 사격을 하고 그 다음 9초 후에 사격을 실시하면 3발이 표적 지역에서 동시에 떨어져 폭발하게 된다.

 

K9은 정밀한 TOT 사격이 가능하다. &lt;출처: 한화지상방산&gt;
K9은 정밀한 TOT 사격이 가능하다. <출처: 한화지상방산>

 

K9은 일반 화포처럼 사격을 위해 사전에 측지한 위치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방향과 고각을 잡기 위해 방향틀, 겨냥틀, 겨눔대 등의 부수 장비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위치를 확인시켜주는 '링 레이저 자이로(Ring Laser Gyroscope )'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위치 확인 장치는 주행하는 자주포의 위치, 화포의 진북(眞北)에 대한 방위각 및 지구 수평면에 대한 고각·경사각을 자체적으로 계산해준다. 계산된 항법정보와 자세정보는 10m 이내의 위치 정확도와 0.7밀(mil) 이내의 방위각 정확도, 0.35밀 이내의 고각·경사각 정확도를 갖는다.

 

 

빠르고 정확한 사격을 위해서는 사격 목표 방향과 높이로 포와 포탑을 정밀하게 구동·정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정밀이란 1밀(mil) 이내의 정확도를 말한다. 1밀은 360도를 6400으로 나눈 값으로 0.05625도를 말하는데, 기준점에서 1km 떨어진 곳의 수직 1m 높이에 이르는 각도를 말한다. 포탑을 회전시켜 목표 방향으로 향하게 할 때, 특히 급속사격을 할 때 포는 이 1밀의 각도 내에 위치해야 한다. K9은 포와 포탑 구동장치의 구동 정밀도가 ‘1밀 이하’라는 탁월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포병들은 화포를 포진지로 이동시킨 후 땅을 파고 커다란 스페이드(발톱)를 땅에 고정시키는 일을 가장 먼저 한다. 자주포는 사격충격량이 전차의 약 2배에 달하기 때문에 그 충격을 지탱하며 정확히 사격하기 위해서는 스페이드를 땅에 고정해야만 한다. 한겨울에 얼어붙은 땅을 곡괭이로 파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뿐더러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K9은 이럴 필요가 없다.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는 유기압 현수장치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스페이드 고정 없이 360도 전 방향 사격이 가능하고 승차감도 좋아졌다.

 

 

성능을 종합해보면, K9은 미군의 주력 자주포인 155㎜ M109A6 ‘팔라딘(Paladin)’보다 사거리와 발사속도, 생존성, 탄약적재량, 기동성 등 모든 면에서 우위를 보이며, 영국의 AS90보다는 사거리와 반응성, 기동성 면에서 앞선다. 독일의 PzH2000에는 탄약적재량(60발)과 발사속도(1분에 8발)에서 조금 못 미칠 뿐 사거리와 반응성 면에서 대등하며, 기동성을 나타내는 최대주행속도와 가속성능, 그리고 등판능력과 톤(t)당 마력 면에서 오히려 우수하다. 또한 유기압 현수장치 덕분에 승차감이 좋아 지속적인 전투 수행에 유리하다.

 

K9 자주포는 미군의 주력 자주포인 M109A6 팔라딘보다도 우수하다. &lt;출처: 대한민국 육군&gt;
K9 자주포는 미군의 주력 자주포인 M109A6 팔라딘보다도 우수하다. <출처: 대한민국 육군>

 


운용 현황

K9은 2017년을 기준으로 작전배치된 지 18년이 되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내놓은 ‘국방과학기술조사서’(2015년판)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국방과학기술 가운데 화포체계 기술의 수준은 최선진국인 미국을 기준으로 한때 90% 이상까지 갔었으나 최근 88%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선진국들이 포열 냉각장치 및 레이저 점화장치 등의 신기술 확보에 역량을 모으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미 개발된 K9 자주포에 대한 성능 개량조차 추진하지 않은 점 등이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더 벌어지게 만든 이유로 지적되었다.

 

 

물론 송탄 및 자동화 기술 등은 아직 세계적 수준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기는 했지만, 향후 더욱 발전된 화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완전자동화를 위한 연구와 포신 수명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해병대 연평부대 포병 장병이 대응하기 위해 K9 자주포에 탑승하는 모습이다. &lt;출처: 대한민국 해병대&gt;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해병대 연평부대 포병 장병이 대응하기 위해 K9 자주포에 탑승하는 모습이다. <출처: 대한민국 해병대>

 

방위사업청은 2014년 제79차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K9의 자동사격통제장치, 조종수 야간잠망경, 보조동력장치 등 주요 장치의 성능을 개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능이 향상된 K9A1은 2022년경에 야전 배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9은 2001년 7월 당시 10억 달러 상당의 물량을 터키로 수출하기로 확정되어 방산사상 최대 수출 성과를 기록한 데 이어 2014년 12월에는 폴란드와 2022년까지 총 3억 1,000만 달러(약 3,400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2017년 3월에는 핀란드와 약 1억 4,500만 유로(약 1,915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2017년 4월에는 인도와 100문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변형 및 파생형

● K9

기본형 차량으로 1997년부터 양산이 시작되었다.

K9 자주포 <출처: 한화지상방산>

● K9A1

K9 자주포를 개량한 모델로, 자동사격통제장치, 조종수야간잠망경, 보조동력장치 등을 개량하여 야전 운용 효율성을 높였다. 특히 자동사격통제장치를 채용하여 빠른 발사속도와 실시간 화력집중능력을 높였다.

K9A1 자주포 <출처: 한화지상방산>

● K10

K9 자주포의 차대를 개조하여 만든 탄약보급차량이다. 포탄자동이송장치를 채용하여 탄약을 재보급할 수 있어 세계 최초의 로봇형 탄약운반차로 평가된다.

K10 탄약운반차 <출처: 한화지상방산>

 

 

제원 및 특징

- 전투 중량: 47.0톤

- 전장(차체): 12(7.44)m

- 전폭: 3.5m

- 전고: 3.4m

- 최고속도: 60km/h

- 지상고: 0.41m

- 종/횡 등판 능력: 60% / 30%

- 참호/수직장애물/도섭: 2.8m / 0.75m / 1.5m

- 항속거리: 360km

- 엔진 출력: 최대 1,000마력 / 톤당 21.3마력

- 주무장: 155mm/ 52 강선포

- 부무장: 12.7mm K6 기관총

- 탄약적재량: 48발

- 발사속도: 급속 - 3발/15초, 최대 - 6발/분(3분간), 지속 - 2발/분(1시간)

- 초탄발사: 정지 - 30초 이내, 기동 - 60초 이내

- 연구개발: 국방과학연구소

- 체계생산: 한화지상방산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